마란츠 SACDP인 SA-11s1을 갖고 있다. 지금은 후속 모델인 11s2가 출시되어 있지만 7백만원대의 플래그쉽인 7s를 소유하기 까지 갈 길이 너무 먼 사람에게는 유일한 대안인 CDP였다.
내 경우 앞으로 CDP를 교체한다면 7S가 아니라 '에소테릭'이 되겠지만^^ SACD뿐 아니라 RED Book 규격까지도 섬세한 디테일을 부드럽게 제시해 주는 수작이라 생각한다.
마란츠 CDP의 고질적인 문제라면 픽업의 불안정이다. 내 경우 가끔, 특히 SACD를 중심으로 읽지 못하거나 모터가 굉음을 일으키는 경우가 있었다. 하지만 이번의 경우엔 제조사 측의 문제가 아니라 생산년도를 감안할 경우 벌써 연식이 오래라 픽업이 자연사(?)할 때가 가까와진 이유일 것이다.
...그러던 것이 어느 날 갑자기 리모콘이 작동하지 않는다. 고급 앰프나 CDP가 대부분 그렇지만 리모콘 기능 중에 '전원'을 켜고 끄는 기능은 빠져있다. 써보면 알겠지만 전원이 빠져있는 리모콘은 사실 사용할 일이 별로 없다. CD를 넣고 빼는 일을 하자면 어차피 CDP까지 접근을 해야하고 볼륨 콘트롤이 없는 CDP의 경우 정말 리모콘을 사용할 일이 없다. 또한 전곡 감상이 주로인 클래식 감상자인 경우엔 더욱 그렇다. 그러다 보니 지금 발견한 리모콘 작동 불량은 언제 부터 '고장'이었는지 도무지 알 수가없다. 오늘 현재 작동하지 않는다는 것 뿐.
먼저 리모콘의 건전지를 교체해 보았다. 정말 오래간만에 사용하는 것이라 방전되었을 가능성이 있었다. 하지만 아닌가 보다. 여전히 안된다. 리모콘 쪽이 아니라 CDP쪽에 문제가 있는 것이 확실하다. 함께 사용하던 '소니 통합 리모콘'에도 CDP의 기능을 인식시켜 놓았었는데 소니 리모콘으로도 반응하지 않으니 말이다.
여기서 Tip 하나. 리모콘이 정상 작동하는지 않는지는 디지털 카메라를 통해서 들여다 보면 바로 알 수 있다. 가시광선외의 적외선을 사용하는 리모콘의 경우 눈으로 봐서는 발광부에서 빛이 나오는지 알 수 없다. 하지만 적외선에 반응하는 디지털 카메라의 액정화면을 통해 리모콘의 발광부를 보면 스위치를 조작 할 때 마다 반짝거리는 불 빛을 바로 확인 할 수 있다. 휴대폰의 카메라로도 마찬가지이니 필요하면 언제든 확인 가능하다.
그래도 못믿어워서 리모콘만을 인켈 AS센터-마란츠를 함께 서비스하고 있다-에 보냈었는데 역시 리모콘에는 문제가 없단다. 하지만 돌아온 리모콘과 함께 AS센터 기사님에게서 걸려온 전화 한 통이 문제를 바로 해결했다.
"내가 AS센터에서 몇 년을 근무했지만, CDP의 리모콘 수신부가 이상이 있었던 적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 100% 기기 뒷 면의 컨트롤 스위치가 옮겨져 있을테니 이걸 바꿔봐라..." 뭐 대강 이런 내용이었는데 너무도 자신감에 찬 대답이었다.
사실은 이랬다.
마란츠의 중고급 CDP의 경우 -11S나 15S의 경우가 그렇다. 하지만 최상위 기종인 7S은 그렇지 않다-기기 뒷 편에 외부 유선 리모콘 콘트롤러를 사용할 수 있는 단자가 있고, 바로 이 외부(External) 유선 리모콘 단자를 사용할 것인지 아님 보통의 무선 리모콘(Internal)을 사용할 지를 결정하는 스위치가 있었는데 이 스위치가 '외부' 쪽으로 옮겨져 있었던 것이다.

언제 그랬을까?
손으로 일부러 움직여야 하는 스위치이니 자동으로 변경되었을리는 없고 아마도 몇 주전에 접점 개선제인 '케이그'를 가지고 단자 청소를 한답시고 만지작 거리다가 스위치를 건드린 것으로 추정된다.
따로 수리비가 들어갈 일이 없어졌으니 일단 다행이고, 무엇보다 그 큰 덩치를 들고 AS센터를 방문할 일이 없어졌으니 정말 다행이다.
혹시 마란츠 CDP의 리모콘이 문제라면 꼭 먼저 점검해 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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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런데 왜 스위치가 EXT에 있었는지?
아무튼 고맙습니다~
정말 후면 스위치가 옮겨져 있었네요.
정말 정말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