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맞이 소스 교체~ 마크레빈슨 39L, SACD를 포기하다. ㆍAudio, Photo & Now

가지고 있는 1,500여장 남짓의 음반들 중에서 SACD는 채 20여장이 넘지 않을 것이다.-정확히 헤아려 본 적이 없으니 그저 그렇게 추정해 본다. 모두가 그런 것은 아니지만 들을만한 SACD들은 보통의 레드북 CD보다 거의 두 배나 비싼 가격으로 거래되는 이유와 둘 간의 음질상 차이를 그리 크게 체감하지 못하는 막귀(?) 때문에 그간 적극적으로 구입 하지 않았다.

또한 주로 젊은 연주자들의 최근 앨범들이 SACD로 출시되는 경향이 많아서 레퍼런스로 삼기에는 연주 자체가 아쉬운 경우도 많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러 해 동안 내 주력 소스로 마란츠 SACDP인 'SA11s1'이 버텨냈다는 것은 기적에 가까운 일이다. 그나마 마란츠의 기본기 확실한 음질과 속 썩이지 않고 묵묵히 수고한 픽업랜즈, 질리지 않는 무난한 디자인 덕이다. 
집 인근의 또다른 애호가에게 양도된 SA11s1,
세번째 들이시는거라하니 이 녀석의 진면목을 아시분 일게다.

와중에 앰프 수리를 위해 다른 곳의 CDP들과 몇 번 물릴 일이 있었는데 상대적으로 'SA11s1'의 소리결이 밝고 가벼운 성향이라는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여기에 앰프까지도 비숫한 성향이라 오래 듣기에는 다소 피곤할 가능성이 많았다.

게다가 국산이긴 하나 앰프나 스피커의 그레이드가 나름 '플래그쉽'이라고 보았을 때 CDP의 '격'이 언제나 낮아 보이는 것이어서 정작 제일 중요할 수 있는 정보의 원천인 '소스'의 바꿈질은 예정된 수순이라 하겠다. 

어차피 몇 장 되지도 않은 SACD앨범을 위해 SACDP를 운용한다는 것이 마뜩치 않은데다 CD의 앞 날도 풍전등화인 마당에 SACD에 까지 곁눈을 줄 여력은 낭비였다. 이제라도 좀 제대로 된 CDP가 필요했다.

끝까지 'Audia Flight CD-1 Mk2'와 경합을 벌이다 출시(단종)된지 오래된 '마크레빈슨'을 들이기로 결정했다.

해상력은 말 할 것도 없고 일단은 차분한 음색과 뒤로 넓게 펼쳐지는 무대감 때문이라도 마크레빈슨을 결정하기로 했다. 클래식을 주로 듣는 내게는 잘 맞을 것으로 여러 동호인의 추천도 함께 있기도 했다.

하지만 가격대를 감안할 때 일체형 CDP로는 마크의 초기 모델인 '39L' 밖에는 구입 여력이 되질 않는다. 그 다음 업그레이드 버전인 '390sl' 모델이 있지만 중고가만 100여만원 차이가 나는 넘사벽이었다.
상시 전원 인가 방식을 선호하는 마크의 'Standby' 램프. 24시간 대기중!

출시된지 10년도 더 되었을 싶은 '디지털 소스'를 구입한다는 것은 미친 짓에 가깝지만 정말 우연히-신의 계시라 생각한다- '신동품' 수준의 39L을 샵에서 발견하게 되어 큰 고민 없이 들이게 되었다.

정확히는 미국 기준으로 지난 1996년에 발매된 기종이니 초기모델이라면 14년, 그렇지 않더라도 10년을 향해 달려가는 녀석들이다.

픽업의 상태를 확인 할 길이 없으나 구입하기로 마음먹은 녀석의 외관만으로 미루어 볼 때 틀림없이 사용량이 많지 않을 것이라는 확신이 들어서 객기에 가까운 과감함을 부렸다. 

어느 호사가가 장식용(?)으로 마크레빈슨 세트를 구입했다가 함께 내 놓은 것으로 보이는데 사연이야 어떻든 원박스의 상태마저도 완전한-하지만 10여년의 세월을 넘을 순 없지만- 보기드는 '민트급'이다.
군데 군데 헐었지만 10여년이 풍상을 가벼이 이겨낸 원박스의 39L의 외부 박스
(마크레빈슨은 과대포장에 가까운 이중 포장을 사용한다)

코포사운드로 정식 수입된 물건이라는 표시^^.  제품의 시리얼 번호가 일치하는 제 박스다.

이런 식으로 이중포장되어 있다. 이 정도면 집어던져도 문제 없겠다.

결국 모습을 드러낸 녀석은 표준 랙 사이즈 보다 아담한 '검둥이' 하나 뿐이다.

매뉴얼상으론 300시간 이상의 Break-In(흔히 우리가 번인이나 에이징이나 부르는) 타임이 필요하다고 하니 이전 주인이 그 정도라도 사용을 했을지 의심이 될 정도로 말끔한 녀석이다. 
간지나는 블랙컬러의 메뉴얼과 벽돌 스타일 리모콘은 여전하다. 

혹시 마크의 CDP를 구경하실 일이 있으면 알루미늄 베이스의 CD트레이-마크에선 Drawer(서랍)라고 부른다-를 여닫아 보시길! 마치 SF영화에서 보암직하게 '슈슝'하고 초고속으로 드나드는 것이 조작하는 것만으로 소유욕이 솟게 할 것이다. 

거의 일 년전에 오퍼스 시스너쳐와 함께 잠깐 사용하다 내쳐진 마크레빈슨 '프리앰프 38'이 아직 남아 있었다면 또 어떤 양상이었을까하는 상상도 해 보지만, 안방마님 '판테온'에 딱히 불만이 없으니 넘어가야겠다.

☞당시의 글 잠깐 보러가기

기존 마란츠와는 디자인 조화가 영 힘들었던 것이 사실이었는데 마크의 경우 '판테온mk3'와 색상도 제법 어울린다.

이제 시스템의 '구성'은 끝났다.

앞으로 스피커 '아틀란티스'를 4웨이로 업그레이드 하는 등의 자잘한 튜닝은 계속 되겠지만 나름-순전히 나만의 생각-하이엔드 초입에 이정표를 세워놓았다는 것에 만족하기로 했다.  그래두 '마크레빈슨'이자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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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글

  • 이상훈 2010/03/13 18:21 # 삭제 답글

    성중님 잘 지내시지요?

    소스기를 바꾸셨네요...축하드립니다
    저도 최근에 소스기를 바꿀까 하다가 여전히 생각만 많네요
    테온이랑 잘 어울리는 녀석은 역시 마크나 오퍼스말곤 그닥 와닿는 녀석들도 없고
    아니면 좀 더 쓰다 cdt에 dac가 디지털인풋 기능이 풍부한 예를 들면
    최근 출시된 ps-audio 사의 퍼펙트웨이브 같은녀석으로 바꿀 계획입니다^^

    아참..얼마 전 네이버에 카페하나 개설했습니다
    감성오디오 클럽 - 센뮤러(http://cafe.naver.com/senmuler)

    시간날때 놀러 오셔요^^
  • 알라딘 2010/03/13 21:38 #

    속단하긴 이릅니다만 소스 바꿈질은 일단 성공이지 싶습니다.

    안그래도 이미 어제 새로 만드신 카페에 가입을 했습니다^^

    아직 변변한 활동을 할 주변머리는 못됩니다만 훈훈한 이야기들 나누시는데 곁불이나 좀 쬐다 갈께요~
  • 음악심령 2017/02/16 22:02 # 삭제 답글

    흠..저도 39 혹은 390을 생각중인데 여기 디지털 입력에 스텔로 U3같은 USB DDC 를 붙이면
    24/96,192음원을 입력받을수 있을까요?... 이거때문에 여전히 고민중인데 DDC 붙여서 사용하시는분이 안계신가봐요...ㅜㅠ
  • 알라딘 2017/02/17 08:23 #

    아.. 알 수있는 방법이 없네요..

    블로그 내용 중의 마크레빈슨은 CD트레이에 문제가 있어 샵에 한 번 다녀온 이후에 '정'이 떨어져 곧 다른 SACDP-그나마도 지금은 없지만-로 교체가 되어 그리 오래 있지 못했습니다.
  • 그리움 2018/05/16 19:05 # 삭제 답글

    SACDP 어떤거 쓰시는지 궁금합니다
  • 알라딘 2018/05/25 09:31 #

    LINDERMAN 820을 몇 년 사용하다 고장이나 폐기하고...ㅠ
    현재 네트워크 플레이어로 전향한 이후에는 음반을 돌릴 플레이어를 소장하지 않고 있습니다.

    기존에 가지고 있던 CD는 PC를 통해 리핑해서 NAS로 옮겨 놓았습니다.

    하지만 여전히 CD들이 가득하니... 저렴한 CDP하나 들일 생각은 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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